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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 감독의 '쿵푸허슬'에 담긴 비극적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반전

by 고요의 하루 2024. 1. 12.

 

 

주성치 감독의 초히트 영화 쿵푸허슬

소림축구를 뛰어 넘어 흥행한 주성치 감독의 작품 쿵푸허슬. 주성치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만화적인 연출에 다가 박력 있는 정통 무술까지도 잘 버무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였으며, 작품성 측면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홍콩과 아시아권에서 개봉 첫날부터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 영화 개봉이 희박하던 시절에 미국에서 무려 2500개의 상영관을 확보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니. 참고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감독으로 유명한 제임스 건은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해 역대 역사상 최고의 영화로 꼽았습니다.

 

쿵푸허슬에 숨겨진 슬픈 사연

그런데 사실 쿵푸허슬은 주성치의 슬픈 사연이 숨겨져 있는 영화로 또 유명합니다. 바로 여주인공으로 나온 이 캐릭터는 주성치가 평생 잊지 못했던 한 여자를 상징합니다. 영화 속 이 캐릭터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입니다. 주성치는 자신의 개인사를 영화 속에 넣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추성치의 인생에서 청각장애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하나 있죠. 주성치에게는 첫사랑이었던 나혜연이라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풋풋했던 신인 시절 같은 영화를 찍다가 눈이 맞은 이 둘은 행복하게 연애를 했고 결혼까지 앞두게 되었죠. 주성 씨는 평소 친하게 지냈던 영화 감독에게 곧 결혼할 예정임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감독은 정색을 하며 20대 배우에게 결혼은 큰 악영향을 미친다. 성공하기 전까지는 결혼을 미루고 일에 집중하라고 조언했죠. 주성 씨는 이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꿔 일단 성공을 먼저 한 뒤 결혼을 해야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날 이후 그는 잠도 촬영장에서 자고 밥도 차 안에서 먹으며 오로지 성공 하나만 바라보며 무리할 정도로 스스로를 채찍질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세월이 무려 3년이나 흘렀습니다. 기다리다 못한 나혜연은 결국 주성치에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먼저 진지하게 얘기를 꺼냈죠. 이에 대한 주성치의 답변은 "미쳤어?" 였다고 합니다. 용기를 내어 프로포즈를 했던 나혜연은 큰 상처를 받았고,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주성치와 헤어졌죠. 이때를 회상하며 그녀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며 상심이 컸음을 말했습니다.

 

나혜연의 기구한 인생

주성치 헤어진 이후 나혜연의 인생은 기구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착잡한 마음을 달래러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간 날이었죠. 바닷 속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며 하루아침에 청력을 잃기도 했습니다. 순식간에 청각장애인이 된 나현은 수년 동안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차라리 암이라도 걸려서 빨리 죽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말이 씨가 된 것인지 40대가 된 나혜연은 췌장암 3기 판정을 받게 됩니다. 이 모든 걸 알게 된 주성치는 큰 충격을 받았고, 수년 만에 병문 하늘과 그녀, 유독 목소리가 예뻤던 그녀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야윈 모습이 되어 있자 주성 씨는 두 손을 꼭 잡고 한참을 울었다고 합니다. 결국 나혜연은 투병 2년 만에 40대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후 주성 씨는 영화 속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공개적으로 후회와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그가 감독을 맡았던 서유왕마편에서는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때 남주인공의 답변이 '미쳤어'입니다. 주성치가 나혜연과 헤어진 계기가 된 그때 그대로. 남주인공은 나중이 되어서야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후회에 휩싸입니다. 그러나 본심을 전하기도 전에 여주인공은 다른 것도 아니고 양쪽 귀를 맞아 사망하게 됩니다. 생명의 불이 꺼져가는 그 순간에야 자신의 감정을 전하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이 장면은 영화사 명장면으로 남았죠. 이 영화의 후속작은 2월 10일에 개봉되었는데 이 날짜는 나혜연의 생일이었습니다.

 

주성치의 사무친 후회

서유기 시리즈 중 주성치가 직접 출연한 서유쌍기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진정한 사랑이 눈앞에 있었을 때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비로소 잃고 난 다음에야 후회를 했어. 인간사 가장 큰 고통은 후회이다. 하늘이 내게 다시 기회를 준다면 난 그녀에게 꼭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 대사는 주성치가 지난날의 후회를 담아 직접 썼다고 합니다. 주성치는 이후 미인화라는 영화를 제작하게 되는데, 이 영화의 촬영지를 선전시의 한 해안공원으로 정했습니다. 이곳은 나혜연의 유골이 안치된 곳이며, 생전에 나연이 스쿠버 다이빙을 자주 즐겼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작품 곳곳에서 나연의 흔적이 많이 보이자 기자들은 아예 대놓고 나연을 생각하며 만든 영화냐는 질문을 던질때가 많았습니다. 주성치는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가 2023년이 돼서야 나혜연이 아직도 그립냐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어느새 60대가 되었지만 주성치는 아직도 결혼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만약 제게 과거로 다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렇게까지 바쁘게 살지 않았을 겁니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반전이 있는 주성치 감독의 성격

영화 속에서의 익살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수상은 실제로는 과묵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유명합니다. 낯을 가리는 건 물론이거니와 대화를 나누는 행위 자체를 불편해 한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촬영 중 감독에게 의견을 말하고 싶어도 꾹 참고 있다가 한밤중에 감독의 호텔을 찾아가 문 밑으로 쪽지를 넣고 갔다고 합니다. 많은 감독들이 이구동성으로 화면 속 모습과 일상에서의 성격이 가장 다른 배우라고 말하죠. 이렇듯 수줍음을 많이 타다 보니 친구가 없는 배우로도 유명해서 오죽하면 생일 때도 혼자 호텔방을 잡고 만취할 때까지 와인을 마셔 다고 합니다. 이렇게 영화계의 외톨이로 소문난 데다가 일상에서 웃는 모습을 보이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기자들은 그에게 `영화에서는 항상 웃고 있는데 사석에서는 왜 이리 웃지 않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때 주성치의 답변이 꽤 화제가 되었죠. 내 상처를 드러내며 남을 웃기는데 내가 어떻게 웃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한 것입니다. 주성치가 이런 답변을 한 이유는 자신의 개인사적인 아픔을 개그 요소로 차용하는 주성치 특유의 연출 스타일 때문입니다. 주성치는 영화에서 희극적인 방법으로 비극적인 상황을 표현하죠. 일례로 그가 직접 감독을 맡은 `희극지왕`이라는 영화에서 콧물을 물처럼 줄줄 흘리는 개그신이 있는데, 이 장면도 보기와는 달리 주성치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조 된 신이죠.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의 이름은 연하인데, 이는 앞서 말했던 주성치의 첫사랑 나혜연의 별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