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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펜하이머 : 영화의 구조, 청문회씬, 피카소 그림의 복선

by 고요의 하루 2024. 1. 13.

영화의 수미상관적 구조

영화 오펜하이머는 세 가지 수미상관적인 구조를 활용하여 도입부에서 소개된 장면이 전개되면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전달합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준 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후 오펜하이머는 악몽을 꾸다 깬 사람처럼 놀라면서 눈을 뜨는 데,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는 아인슈타인과 대화한 후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흥미롭게도 이 두 장면에서 같은 음악을 사용함으로써 프로메테우스의 죄와 오펜하이머의 죄를 동일선상에 놓았으며 두 인물이 같은 운명을 겪고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또한, 영화에서 나온 빗물의 연쇄적인 파동씬은 자신의 연구가 혹여 인류의 파멸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모습과 함께 영화의 중간중간 보여주며 복선을 깔다가 결국 엔딩 장면에서는 세상을 파멸시키는 지구의 폭격 장면으로 연결됨.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청문회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청문회 장면을 자세히 소개합니다. 청문회의 이름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문제'로 오펜하이머의 기밀정보 취급권을 박탈하고 명예를 실추시킴으로서 공직생활에서 몰아내기 위해 발의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오펜하이머의 이중성과 오만함을 함께 보여주며 전쟁 억제나 인간 윤리를 고려하며 전략적으로 핵을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보수적이며 이기적이었던 미국의 정치인들과 세계정세를 비판하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오펜하이며는 청문회를 끝으로 국가 기밀에 대한 권한을 박탈당했으며 가족들과 함께 평생을 공산주의자로 오해받은 채 살다가 후두암에 걸려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엄청난 연구 업적에도 노벨상은커녕 불명예스럽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오펜하이머의 소련 스파이 혐의가 완전히 벗겨진 건 그가 사망한 후 55년 후인 2022년이었습니다. 죽고 나서도 명예를 회복하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피카소의 그림

오펜하이머가 이론물리학으로 분야를 옮기기 전 바라보는 그림은 피카소의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여인'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사실 오펜하이머가 케임브리지 대학 시절에는 없었던 작품으로 1937년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따라서 이 장면은 절대 역사에 있을 수 없었던 일인 거죠.물론 놀란 감독이 이를 몰랐을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이 장면을 삽입했다는 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고 보입니다. 먼저 피카소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대로 사물을 표현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 속의 현실을 그려냅니다. 이런 점에서 오펜하이머가 연구하고자 하는 이론 물리학이나 양자 역학과 비슷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죠.

 

맨해튼 프로젝트의 실패

오펜하이머가 가장 사랑했던 장소 뉴멕시코 금방의 로스 앨라모스트에서 진행된 맨해튼 프로젝트는 원자폭탄의 주재료인 우라늄을 확보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실험은 우라늄으로는 가능한 방식이었지만 원하는 질량만큼 농축 우라늄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았으며 플루토늄으로 만들어야 그나마 상용 가능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대안을 찾던 중 구현이 어려워 포기했던 내폭형 방식을 시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가사키에는 우라늄과 탄두형 방식을 이용한 리틀 부이 트린티 실험과 히로시마에는 내폭형 방식을 이용한 팬맨이 사용된 겁니다. 오펜하이머는 이런 일본 폭격에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겁을 주기에 사람이 없는 곳에 떨어뜨리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를 반대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장소들 중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로 결정된 건 일본 도시들 중 공습에 의한 피해가 가장 적은 곳이다 보니 폭탄을 투하했을 때 가장 많은 피해를 낼 수 있는 지역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펜하이머는 투하 시 비행기의 높이나 속도, 떨어지는 위치 등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공군에게 전달했습니다. 대의명분으로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입증함으로써 스스로의 뛰어남을 과시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자행한 거죠. 그래서 오페나이 먼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였지만 모순에 가득 쌓인 인물이었고, 인류에겐 가장 치명적인 독과 문명의 혜택을 동시에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의 화신 같은 인물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폭격으로 약 25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여기에는 노동자로 끌려가야 했던 우리나라 선조들도 2만 명이나 있었습니다. 이 공격으로 우리는 광복을 맞았지만 우리나라도 사실 원자폭탄의 피해국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