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 제가 최근에 본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를 통틀어서 제 심장을 이렇게 뛰게 했던 작품은 오랜만입니다. 그냥 재미있었다 잘 만들었다 수준을 넘어서 삶에 대한 투지가 불끈 솟아오르게 하는 그런 애니메이션입니다. 앞선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만큼 그 구성이나 연출이 완벽합니다. 오늘 준비한 내용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TMI입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제목의 의미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뜻 자체는 첫 번째 슬램덩크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세컨드 서드와 같이 2화 3화를 암시하는 의미라고 생각하시며 희망 회로를 돌리시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그런 의미는 절대 아니라고 합니다. 만화책이나 기존 애니메이션과 같은 나무에 뿌리지만 다른 이야기로 전개하기 위해 제목을 구성하던 중 기존의 팬들이 슬램덩크를 처음 봤을 때 설렘을 다시 한 번 느끼길 바라는 마음의 퍼스트, 처음으로 슬램덩크를 보는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의 퍼스트, 그리고 아픔을 극복하고 내딛는 첫걸음이라는 의미의 퍼스트를 생각하며 제목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송태섭
본편에서의 주인공은 강백호 서태웅이었는데,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뽀글머리 송태섭입니다. 작가는 기존의 슬램덩크와는 다른 서사의 시점에서 슬램덩크를 새롭게 그려내고 싶어 있으며, 작중 강백호, 서태웅, 정대만 등의 스토리나 역할은 충분히 많이 보여준 데 비해서 송태섭에 대한 드라마는 비중이 적었기 때문에 늘 송태섭에 대한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한 것에 미련이 남았었다고 합니다. 이에 슬램덩크의 유일한 외전인 피어스에서 송태섭의 단편을 그리긴 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본격적으로 다시 슬램덩크를 제작한다면 송태섭이 주인공인 슬램덩크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이번 슬램덩크의 주인공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송태섭 자체가 작가 자신을 모티브로 제작했다는 설이 많은데요. 이는 작가의 농구 선수 시절에 갓 포인트 가드 포지션이라는 점, 키가 168로 작다는 점, 편부모 가정 2남 1녀라는 점, 농구부 주장이었다는 점 등을 가지고 유추한 것인데, 이에 대해 작가는 딱히 어떤 캐릭터를 모델로 했다라기보다는 평균 신장이 168cm인 오키나와 헨토나 고등학교의 농구 스타일을 모티브로 캐릭터를 설정했다고 합니다. 작은 체구의 선수가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일의 농구 방식으로 작가가 어렸을 때 전국대회 3위까지 진출한 팀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이에 송태섭의 성을 오키나와에서 가장 많은 성인 이야기로 지었고, 오키나와 출신의 키 작은 가드라는 컨셉을 구체화하였다고 합니다.
등장인물들 이름의 의미 그리고 새로운 성우진들
작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들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지어졌는데요. 우선 정대만의 이름은 미츠이 히사시입니다. 이는 작가가 가장 즐겨 마시던 술인 준마이 긴조의 양조장인 미이노 고토부키에서 조사인 노자를 빼고 남은 한자에 다른 발음을 적용해 니츠 히사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정대만의 등번호인 14번도 준마이 긴조의 알콜도수라고 하니 작가가 얼마나 이 술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술 디자인도 이렇게 정대만의 등번호를 새기며 팬들을 자극하다 보니 지금 한국에서도 이 술이 동판 날 정도로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강백호의 일본 이름인 사쿠라기 하나미치의 사쿠라기는 벚나무, 하나미치는 무대가 끝나면 꽃을 받으며 퇴장하는 공간입니다. 이를 조합하면 화려하게 꽃 피우고 퇴장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앞으로를 알 수 없는 농구 인생이나 팀의 우승보다는 눈앞의 순간에 영광을 더욱 중요시하는 작중 강백호의 성격과 일치합니다. 영광의 순간에 꽃을 받으며 퇴장한다는 의미가 어쩌면 산왕전을 끝으로 완전히 퇴장해버렸던 슬램덩크의 복선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태용의 이름인 루카와 카에데는 흐르는 냇물의 단풍잎이라는 뜻이며, 송태섭이나 채치수의 이름은 일본에서 많이 쓰이는 성과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시 슬램덩크의 편집자였던 장정숙 씨가 자신의 졸업 앨범을 보면서 이름과 얼굴이 비슷한 느낌으로 지었다고 하니까 의미 자체는 신경 쓰지 않고 이미지만으로 결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더빙판을 보신 분들은 모를 수도 있지만 일본어판 성우가 모두 바뀌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팬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많은데 이에 작가는 새로운 슬램덩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며, `성우들이 30년 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리잡은 만큼 새로운 슬램덩크에 어울리는 열혈 고등학생의 연기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작가의 말대로 슬램덩크는 30년도 더 된 작품이기 때문에 주요 성우진들이 대부분 50대로 고령화되었으며, 채치수를 연기한 야나다 키유키는 이미 사망하였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하더라도 원래의 슬램덩크의 성우진이 그대로 다시 역할을 맡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에 작가가 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의 소감 그리고 후속편에 대한 기대
작가에게 극장판 슬램덩크를 제작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과 좋았던 점을 물었더니 가장 힘들었던 것은 2시간 분량의 영화 길이를 콘티로 작성하려다 보니 실제 영화 분량의 몇 배의 콘티가 필요했으며, 이에 작업량이 어마무시했다는 점, 만화는 자신이 직접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비해 영화는 영상 제작자들이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인물의 표정이나 감정 움직임에 대해 피드백을 줘야 했고, 이를 설명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서 혼자 작업할 때보다 훨씬 불필요한 과정이 많았던 점을 꼽았습니다. 좋았던 점에 대해 질문했더니 실제 영화는 평면이 아니라 3d로 제작되어지다 보니 보여지는 시점에서뿐만 아니라 보여지지 않는 부분에서의 모습까지 그림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디렉팅을 하는 역할이다 보니 세밀하게 묘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그러다 보니 그림 실력이 좋아진 점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슬램덩크를 사랑해주신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했었는데, 이렇게 극장판 슬램덩크로 돌아올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했습니다. 이번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동안 또 후속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달라는 팬들의 원성에 시달리실 것 같네요. 무려 13년 동안 어렵게 제작한 작품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었으니 얼마나 벅차오르는 기분일지 저로서는 감히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고생하며 제작된 작품인 걸 알기 때문에 어떻게 완성하셨다고 하더라도 기분 좋게 시청하고 후속편까지는 바라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더욱 팬이 되어서 후속편에 대한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차기작 계획은 진짜로 없으실까요?